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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신생아 전폐정맥환류이상, 총폐정맥환류이상 -1

 

부제 : 내 인생중 가장 길었던 하루

 

아내는 가끔 맘까페 같은 곳에서 검색을 하는데

아이가 아플때 비슷한 증상을 겪은 아이가 있어서 남겨둔 글을 보면 도움이 많이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도 우리 파도(태명)가 세상에 나온 날을 기록해 볼까 합니다.

 

출산 예정 마지막달이 되어 몇번의 검사에서 '아이가 주수보다 작다' '더 이상 크지 않는것 같다' 라는 말을 들었고 결국 예정일보다 일찍 유도분만을 하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유도분만 전날 아내와 같이 입원을 해 긴장되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아침 일찍 분만실로 내려갔습니다. 아내는 자궁이 전혀 열리지 않아 조금 더 기다려 보자고 하는 상황이었는데 조금씩 숨쉬는게 힘들다고 얘기를 했고 아이의 맥박이 떨어져 긴급제왕수술에 들어갔습니다.

아내가 수술에 들어가고 저는 처가와 친가에 전화를 하던중에 아이가 나왔다는 얘기를 듣고

(너무 금방이라 '저 xxx 보호자 인데요...' 라고 함....)

얼떨떨한 기분에 파도를 만나고 사진을 한장 찍었습니다 ㅎㅎ

이때가 오전 8시쯤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내의 마취가 풀리길 기다리며 아내 옆에서 있다가 너무 아파하는 아내를 보고 왜 진통제 안놔주냐고 간호사실에 달려갔다가 안절부절하며 있는데 다른 간호사 선생님이 잠깐 와보셔야겠다고 저를 따로 불러서 어디론가 데려갔습니다.

 

제가 간곳은 신생아실이었고 파도는 누워서 산소포화도 측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소아과 선생님에게 설명을 듣기로는 약한 청색증(얼굴이 파래짐)이 있고 산소포화도가 떨어져서 지켜보는 중이었다. 태아는 아직 폐가 다 펼쳐지지 않아 일시적으로 그런 현상이 있기도 한데 호전되질 않아 초음파 검사를 했고 폐정맥환류이상이 의심되는 상황이니 대학병원으로 데리고 가보셔야 할것 같다. 대충 이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폐정맥환류이상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설명을 해주셨는데 정신이 없어서 가까스로 알아들은 건 몸을 돌아 다시 심장으로 들어가는 혈관쪽에 문제가 있다 라는 정도였습니다.

 

(대학병원에 도착해서 찍은 파도 - 이때는 호흡기도 안달고 있었네요)

 

아내에게 돌아가서 설명을 하고 마취도 덜 풀린채로 펑펑우는 아내를 두고 가까운 대학병원으로 이동을 했습니다

이때가 오전 10시쯤? 대학병원에 도착해서 검사를 받고 전폐정맥환류이상 진단을 받고 설명을 들었습니다.

당시에는 잘 이해했는데 지금 보니 잘 모르겠네요....ㅎㅎㅎㅎ

아무튼 결정해야 할 건 본원에서 수술을 받을건지 서울로 이송을 할건지였습니다. 사실 감사하게도 파도를 낳은 산부인과에 계시던 소아과 선생님께서 본대학병원 출신이지만 왠만하면 서울로 가셔서 수술을 받으라고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수술은 할 수 있지만 경험이 많이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는 친누나가 간호사였는데 대학병원 이동하면서 연락을 했더니 아는 흉부외과 선생님이 해당 대학병원에 있다며 연락을 해보더니 대충 얘기를 듣고 서울로 전원시키라는 얘기를 해줬다고 하더군요.

 

그때부터는 서울병원쪽 소아중환자실에 입원할 자리가 있는지 알아보느라 여기저기 전화를 돌렸습니다.

딱 한군데 삼성병원만 소아중환자실에는 자리가 없지만 일반 중환자실에서 똑같은 조취를 해줄수 있으니 받아주겠다고 했습니다. 전원 시키겠다 얘기를 하고 늦은 점심을 먹었습니다. 이때가 오후 3시쯤.

 

대학병원에서는 전원 갈 서류준비와 퇴원수속(소아중환자실로 입원했기 때문에) 그리고 집에 들려 개인짐을 챙기고 산부인과에 다시 들러 아내를 만나고 대학병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이 사이에 누나에게 전화를 받았는데 펑펑 울면서 전화를 하더군요. 아는 흉부외과 선생님이 차트를 봤는데 빨리 전원 시켜야한다 아기가 언제까지 버틸지 모르는 상태다 라고 했다더군요...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아내에게는 얘기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잘한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가장 힘들었던 점이기도 했네요.

 

저는 단지 파도가 아프다는 얘기만 듣고 한번 안아보지도 못한채로 아기와 남편 둘 모두와 떨어져 지내게 된 아내를 다독여야 했고 파도 상태를 정확히 모르는 장인께서는 꼭 서울로 가야하냐 하는걸 설득하고 틈틈히 가족들 전화받아서 설명하고... 몇번씩 눈물이 쏟아지는걸 참느라 위를 한참이나 올려다 봐야 했습니다.

 

오후 4시반쯤

전원준비를 마치고 다시 돌아온 대학병원에서는 서류준비가 아직 안됐답니다... 저는 중환자실 밖에서 기다려야 했구요.

오후 5시반쯤

서류 준비는 다 됐지만 구급차가 없다고 하네요... 비가 오기도 했었고 코로나 시국이라서요... (20년 6월)

다행히도 파도 상태가 안정이 됐다고 합니다

오후 6시반

겨우 준비가 끝나고 파도와 의사선생님 한분(아마도 인턴이신듯)과 동승을 합니다

비오는 고속도로에는 무슨 차들이 이렇게 많던지요... ㅎㅎ

구급차를 타고 장거리 이동은 처음이지만 생각보다 사람들 잘 안비켜줍니다. 진짜 답답해요....

 

오후 10시가 되어서야 삼성병원 응급실 앞에 도착합니다 미리 연락이 된 상태지만 코로나 시국이라 또 30분정도를 밖에서 대기합니다.

파도는 중환자실로 옮겨지고 저는 밖에서 이것저것 작성하고 설명듣고 12시가 되어서야 담당의사 선생님과 얘기를 합니다

 

아기의 상태를 듣고 자기들 수술팀은 저녁부터 계속 대기상태였다. 아기 도착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고 아기 상태를 보니 지금 바로 수술하러 들어가야 될만큼 상태가 나쁜건 아니다. 하지만 미룰수 있는 상황도 아니니 내일 첫 수술 잡혀있는 아이는 수술을 미룰 수 있으니 일정을 미루고 파도 수술을 먼저 하겠다. 지금 바로 수술을 할수도 있지만 일단 오늘은 시간이 늦었으니 쉬고 더 나은 컨디션으로 내일 최선을 다해 수술을 하겠다. 그리고 파도의 상태를 자세하게 설명해 주시고 나서 제 앞에서 직접 먼저 수술이 잡혀있는 아이 부모님에게 전화를 해서 설명을 드리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오늘 태어난 아기이고 훨씬 상태가 급한 상황이라고 얘기를 하니 흔쾌히 양해를 해주시더라구요.

 

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의료진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고 믿을수 있다는 신뢰가 생겼습니다. 다시 그 때를 생각하니 참 고마운 마음이 드네요.

 

파도는 총폐정맥 환류이상으로 폐정맥 혈관들이 모아져서 다발을 이루어 심장과 연결이 되는데 폐정맥 다발이 심장과 전혀 연결이 되지 않은 상태라고 했습니다. 그 상태면 바로 사망해도 이상하지 않는 상태인데 생명의 위대함인지 작은 혈관이 하나 우회해서 심장과 연결이 되었다고 하더라구요. 수술은 마취후 심장을 정지시키고 기계로 심장의 역할을 대체해서 피를 순환시키고 심장에 구멍을 내서 폐정맥 다발은 연결하고 우회하는 혈관은 묶으면 끝난다고 했습니다.

저 조그만 아이의 몸에서 이런 큰 수술을 한다는게 너무 마음이 아프고 눈물이 나더라구요.

 

모든 설명을 다 듣고 불꺼진 병원로비에 잠깐 앉아서 쉬다가 근처 숙소로 이동을 했습니다. 그리고 씻는둥 마는둥 자리에 누웠더니 새벽 2시가 되었더라구요. 다음날 파도 수술은 7시 20분 예정이었습니다.

 

다음날 6시반쯤 병원에 도착해서 7시쯤 설명을 들었습니다. 마취에 걸리는 시간이 한시간에서 한시간 반, 그리고 수술은 4시간정도 예상이지만 상태에 따라서 더 많이 늦어질수도 있다. 중환자실에서 침대 채로 수술실로 이동할테니 기다리고 계시면 수술실 들어가기 전에 잠깐 보실 수 있다 라고 하셨습니다.

 

(수술실에 들어 가기 전 파도, 아내 보내주려고 찍은 사진이지만 너무 안쓰럽기도 하고 사진 보면 또 많이 울 아내를 생각하니 쉽게 보내질 못했습니다.)

 

수술실 앞에서 파도를 들여보낼 때는 많이 울었습니다. 작은 몸에 달린게 어찌나 많은지... 그 와중에 아빠한테 인사라도 하려는건지 눈도 살짝 떠서 보더라구요. 수술팀중에 의사선생님 한분이 수술 잘 마치고 올테니 너무 걱정 말라고 얘기해 주셨습니다.

 

쓰다보니 너무 길어져서 다음 포스팅에 마저 쓰겠습니다.